올겨울 방문조사한 철새도래지는 경상남도 창녕 주남저수지와 전라남도 순천의 순천만 2곳이다. 햇빛이 비쳐 눈부신 습지 위에 철새들이 무리를 지어 놀고 있는 장면이 무척 평화스러웠다. 가창오리무리가 때를 지어 머리위로 날아가는 모습도 장관이었지만 멸종위기종인 노랑부리저어새와 큰고니(백조), 재두루미,흑두루미를 눈앞에서 볼 수 있었던 일은 큰 행운이었다.

철새들은 번식지와 비번식지를 오가며 주기적으로 이동하는데, 겨울에 이곳을 찾는 새들은 주로 겨울철새들과 나그네새들이다. 우리나라에 오는 겨울철새들의 번식지는 주로 시베리아로 겨울이 오면 그곳에서 먹이를 구할 수 없어서 남쪽으로 내려와 살다가, 봄이 되면 자신들의 번식지로 돌아가는 새들이다. 두루미과, 기러기, 고니, 오리종류 중 홍머리오리, 청머리오리, 쇠오리, 가창오리 등이 있다.

나그네새는 북쪽 지방에서 번식하고 새끼를 기르다가, 겨울을 나기 위해 남쪽지방으로 이동하는 도중 잠시 우리나라에 머무르는 종들을 말한다. 이들의 번식지는 시베리아, 캄차카반도, 알류산열도, 알래스카 지방이며 월동지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호주, 뉴질랜드 등이다. 도요새가 대표적인 나그네새인데, 우리나라의 철새 도래지는 나그네새의 중간 정거장으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가 철새들에게 보금자리로 각광을 받는 것은 무엇보다도 먹잇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주남저수지의 경우 물이 깊지 않아 쉽게 물속의 여러 먹잇감을 섭취할 수 있고 또 주변에 논이 많아 벼 등을 섭취하며 순천만의 경우는 갯벌에서 다양한 먹잇감을 섭취할 수 있고 이곳 또한 주변에 농경지가 많다.

철새도래지를 둘려보며 안타까웠던 것은 철새도래지 주변의 공장건축과 농경지의 감소, 환경오염, 주변도로 건설 등으로 주변환경이 점점 열악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환경이 나빠지면 철새들이 더 이상 이곳을 찾지 않을 것은 물론이고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이 피해들을 고스란히 뒤집어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