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MZ는 민족사의 산 교육장이며 세계 유일의 비무장지대다.
철원 부근은 옛 태봉국의 근거지였고, 진흥왕 순수비 등 수없이 많은 문화재의 보존.관리가 필요한 지역이다. DMZ는 민족분단과 동족상쟁으로 얼룩진 우리 현대사의 가장 큰 상징물이며, 그러한 피흘림의 대가로 우리에게 남겨진 보물이다. 산재한 군사시설물들도 휼륭한 교유재료이다. 한반도에 안전한 평화가 정착되면 세계 각지로부터 많은 관광객들이 올 텐데, 그때 가서 DMZ가 난개발로 흉물로 변해 있다면 그것은 우리모두가 안목이 짧은 사람들임을 만방에 알리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20세기 이데올로기 대립의 상징인 DMZ는 이제 세계에 하나밖에 없음을 생각하자.

- DMZ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온대 원시림이다.
원시림이 툰드라 지대나 열대에는 많아도 온대지역에서는 아마도 DMZ가 유일할 것이다. 북방계와 남방계의 동식물이 함께 생태계를 이루고 있고 금강초롱과 끈끈이 주걱등 1000여종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독수리, 곰, 올빼미, 사향노루, 수달, 산양 등이 제멋대로 놀고 있다. 또, 쇠가마우지, 흰뺨검둥오리, 검은머리물떼새 등 99종의 새들이 너울너울 날고 있다. 그린벨트로 지정되지 않으면, 이곳은 금세 업자들과 투기꾼들의 전장이 되어 파괴될 것이다. 또 경의선 복원이 불가피하다 할지라도 사람 중심으로 철로만 뎅그러니 개설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동물들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장치를 함께 설치해 주는 것이 21세기형 국토 경영이다.

- DMZ를 남북공동의 그린벨트로 지정하는 것은 그 자체로 효과적인 안전보장 조치가 될 수 있다.
무기반입을 포함하여 이 지역의 녹색공간을 해칠 수 있는 행동에 착수할 때는 반드시 상대방에 사전 통고하기로 양방이 합의한다면 이는 남북의 신뢰관계를 제도화하는 자연스러운 방법이며, ‘녹색안보(green security)’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비폭력과 평화를 도모하는 한 사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