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반도는 예로부터 금수강산이라하여 산수경관이 빼어나고 고을마다 인심이 후해 정말 살기좋은 풍요의 땅이었습니다. 그런데, 국토관리를 위한 장기적인 안목과 자연과 친화하는 지혜가 부족해서 우리나라가 근대화하는 동안 금수강산은 벌써부터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무와 숲이 마구 잘려나가고 있고 온갖 화학약품과 비료가 뿌려지고 있습니다. 철새들도 둥지를 틀고 안전하게 먹이를 주워먹을 곳이 없습니다. 식용가축들도 오염된 풀과 항생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맑디맑은 시냇물이 흐르던 실개천은 시커먼 공해수가 흐르고 악취가 진동하는 하수구로 변했고 토종 물고기와 개구리들은 사라지거나 기형으로 자라고 있습니다. 새들도, 들짐승들도, 곤충도 제대로 살 수가 없습니다. 녹색 환경이 사라진 금수강산은 이제 사람도 살기어려운 곳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드나들기만 하면 오염되고 파괴되어 이젠 더 이상 정을 붙일래야 붙일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우리의 국토와 자연환경이 이렇게 오염되고 파괴되고 있을 때, 반세기 냉전과 민족 상쟁의 피흘림의 선물인 우리의 비무장 지대 DMZ는 조용히 지켜져 왔습니다. 물론 일부분이 군사적 이유 때문에 파손당하기도 했지만, DMZ는 대부분 독특한 자연생태계를 형성하며 이제는 현대의 세계적인 한민족문화유산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남북교류가 활성화되는 듯한 평화무드가 조성되자, DMZ를 이용한 각종 프로젝트들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비무장지대를 장기적인 안목과 계획에서 민족차원의 부가가치높은 자연친화적 대공원으로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이러저러한 이유로 생태공원, 박물관, 추모공원, 물류 및 교역센터, 세계민속박물관, 평화의 탑, 평화캠프촌 등을 짓자는 제안들이 무계획적으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접경지역주민들이 이 비무장지대를 열어달라고 요구할 것입니다. 그러나 DMZ에 대한 각별한 대책이 없이 이러한 요구들에 응하다 보면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지역은 난개발될 것이 뻔하며, 혹시라도 남북교류가 보다 자유롭게 활성화되면 비무장지대는 여지없이 부동산소유권확인소송과 개발투기바람에 휩싸여 오염과 파괴의 방향으로 치달을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입각해서, 사단법인 한국녹색회는 우리의 비무장지대 DMZ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에 영구보존되어야 하고,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관리되어야 한다고 선언하는 바입니다.

1. 비무장지대 DMZ는 이데올로기냉전이 남긴 세계 유일의 문화유산이다. DMZ는 군사적 이유 때문에 사람들의 접근이 차단된 상태에서 50여년을 지냈기 때문에 그 나름대로 특이한 자연생태계를 형성하여 가치있는 연구대상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근대세계사의 특징인 이데올로기 대립이 지속되었던 대표적인 장소로 역사적, 문화적 의의가 남다른 곳이다. 베를린 장벽도 사라졌고, 남북예멘 사이의 국경도 없어졌고, 남북베트남 사이의 북위 17도선도 희미해진지 오래되었지만, 우리의 DMZ만이 유일하게 남아있다. 현재 묻혀있는 지뢰와 함께 이곳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가꾸어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지킬 필요가 있다.
2. 비무장지대인 DMZ는 그 자체로 경쟁력있는 하나의 거대한 공원(Park)이다. 비무장지대 안에는 각종 희귀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근대시대의 문화유적들이 아직도 발굴되지 못한 채 남아있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남북의 군대들이 대치하면서 축조한 각종 시설물, 군사보급품, 무기등은 하나의 휼륭한 비교 군사박물관을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DMZ안에 별도의 공원이나 박물관을 짓지말고 그 자체를 거대한 하나의 문화공원으로 설계해서 관리해야 한다. 그래서 이곳을 남북공동의 민족공원이 되도록 해야 한다.

3. 이를 위해서 우선 비무장지대 DMZ는 남북공동녹색지역(Joint Green Area) 혹은 그린벨트 지역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남북당국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현재의 DMZ를 남북 공동의 GREEN BELT로 선언하여 일단 이곳에 대한 즉흥적인 프로젝트를 중지하고 난개발을 예방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먼저 양측이 공동조사단을 구성하여 이 지역에 대한 본격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그런 다음 장기 마스터플랜을 공동으로 마련하고 경의선, 경원선 등 최소한의 개발과 관련된 세부적인 부분에 대한 상의를 계속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현재의 폭력적 적색안보체계를 비폭력적 녹색안보체제로 전환하는 것으로 이 자체가 하나의 남북평화프로젝트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2001년 11월 4일 사단법인 한국녹색회 회원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