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시원한 냉이국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누구나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시원한 냉이국 한 사발에 쫙 펴지는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막 봄의 기운이 시작되는 시기에 냉이는 누구보다도 빨리 뿌리 잎으로부터 새 잎을 내고 꽃대를 올리며 꽃을 피운다. 냉이와 같이 눈보라와 혹한의 겨울을 뿌리 잎을 내고 버텨내는 들풀을 로제트(방사형 뿌리 잎) 식물이라고 한다. 만약 이 로제트 식물들이 봄이 한창인 지금 시기에 장미, 백합과 함께 꽃을 피운다면 그 작고 볼품 없는 꽃으로 나비와 벌들의 시선을 끌 수 있겠는가. 또한 나무들이 새 가지와 새 잎을 내고 우거지면 그 밑에서 따사로운 햇살을 맘껏 느낄 수 있겠는가. 어쨌든 로제트 식물은 뿌리 잎으로 겨울을 버티며, 이른 봄 뿌리에 듬뿍 저장해 둔 영양분으로 주변 식물들보다 먼저 자라서 꽃을 피운다.

냉이

이렇게 멋진 주인공들을 소개해본다. 먼저 천하무적 민들레다. 민들레 홀씨 되어 어디든 안가는 곳이 없기에, 이 땅 모든 곳이 민들레 영토가 된다. 지금 다른 이들이 꽃 피우기를 노력할 때 민들레는 벌써 수정을 끝내고 씨앗을 퍼뜨리고 있다.

민들레

다음은 냉이와 꽃다지다. 뭔가 작은 들풀들이 무성한 곳을 유심히 살펴보면, 정말 예쁜 작은 꽃들을 발견할 수 있다. 작은 들꽃이 하얀 꽃이면 냉이 꽃이고, 노란 꽃이면 꽃다지 꽃이다. 거의 90% 맞는다. 냉이는 종류가 매우 다양하기에 민들레 못지 않게 영토가 크고 넓다. 그 중 개갓냉이만 노란 꽃이 피고 나머지는 전부 하얀 꽃을 피운다.

냉이

꽃다지

민들레, 냉이, 꽃다지 틈바구니에서 정말 기막히고 코막히게 예쁜 하늘색 쪽빛의 꽃을 피우는 이가 이름도 예쁜 꽃마리다. 꽃들이 말려서 하나씩 하나씩 핀다고 해서 꽃마리다. 꽃마리 꽃 또한 너무나 작아서 세심하게 살펴보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꽃마리

마지막으로 봄맞이 꽃이다. 이 작은 꽃은 직접 찾아 보시라. 지금은 바야흐로 봄맞이 꽃 세상이다. 주변 어느 곳에 가든지 금방 찾을 수 있다.

봄맞이

이용준 한국녹색회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