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행정안전부는 생태환경이 그대로 보전된 전국의 섬들을 추천받아 그 중 10곳을 선정하여 명품 섬으로 가꾸기로 하였다. 제주 대정읍 모슬포항에서 5.4km 떨어져 있는 가파도가 그 10개 섬 중 하나이다.
가파도는 1653년 네덜란드 상선인 스페로우 호크호가 난파되어 가파도에 오른 핸드릭 하멜에 의해 알려졌다. 하멜 일행은 전남 강진에 유배되어 14년간 고된 노역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1666년 일본으로 탈출하여 고향인 네덜란드에서 “하멜표류기”로 알려진 <화란선제주도난파기>를 저술하였다.

제주도와 마라도 사이에 끼어있어 마치 보호를 받고 있는 듯한 형국의 가파도는 27만 평의 넓지 않은 땅에 110가구 200여 명이 거주하는 평화로운 섬이다. 모슬포항에서 쾌속선을 타고 12분이면 도착한다. 높지 않은 뚜껑을 얹어놓은 것처럼 평평하고 산도 없고 나무도 거의 없어 제일 높은 곳인 25m에서 굽어보면 가파도 전체가 훤히 다 드러나 보인다. 제주의 밭과 담은 검정색 화산석인 현무암으로 둘러있으나 가파도의 밭과 담은 하얀색을 띤 조면암으로 둘러있어 가파도만의 색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4.2km의 해안가는 3~4시간이면 족히 둘러볼 수 있다.

가파도는 올레길 10코스와 접목시켜 섬의 생태환경과 문화, 역사자원 등을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가꾸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무공해 청정섬을 지향하여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이용하고 기름차량을 줄이고 있다. 삐죽삐죽 솟아오른 전봇대를 없애고 송전선을 지중화하기 위해 한전과 수자원공사, KT를 콘소시엄으로 묶어 공사를 한꺼번에 추진하는 방법도 논의 중이다. 이렇게 하면 비용면에서도 훨씬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 온다고 한다.

작년 4월에는 18만 평의 넓은 들에 보리를 심어 청보리축제를 열었다. 축제는 1년에 천 명도 찾아오지 않던 섬을 2만 명이 찾아오게 하였고 올해는 4만~5만 명이 다녀간 걸로 파악되었다. 가파도의 청보리는 전북 고창의 청보리보다 1m가 더 크다고 한다. 보리로 제조된 맥주는 오염원이 거의 없고 태양열을 이용한 소형 맥주공장을 운영하여 주민 소득증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

가파도는 마라도와 함께 행안부에서 2014년까지 35억원을 들여 청보리맥주 제조 및 판매장과 탐방로, 쉼터조성, 돌담 정비, 특산물 기념품 체험관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사업은 관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 스스로가 사업에 참여하는 주민주도형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가파도가 사람들에게 조금씩 알려지다 보니 고민도 있다. 돈벌이를 노리고 살겠다고 들어오는 외지인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한다. 순박하고 심성 고운 사람들이 그 마음을 잃지 않고 참다운 마을의 모습까지 조성하는 자세를 끝까지 견지하면 좋겠다.

이현남 (사)인천녹색회 사무국장